경험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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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무릎 연골 파열로 봉합수술을 하고 나니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달라졌다.”

생전 처음 목발이란 것을 짚어보게 되면서 그 낯선 느낌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던 낮은 턱 하나가 내 이동을 방해했고, 위험하게 만들었다. 잘못된 목발 짚는 방법은 겨드랑이를 아프게 했고, 이후엔 다시 손바닥을 아프게 하였다.
비록 퇴원은 했지만, 소파를 중심으로 반경 몇 미터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바지를 벗는 일, 머리를 감는 일 등의 일상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것은 상당히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기어이 혼자 머리를 감아보겠다고 낮은 플라스틱 의자 하나에 의지한 채 옷을 다 벗고 해야하는 샤워 아닌 머리감기와 이후 다시 입어야 하는 속옷에 대해 아내는 그냥 나와서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벌거벗은 채 목발을 짚고 거실을 가로질러야 하는 행위는 ‘수치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장애인복지를 수년간 해왔으며, 사회복지현장에서 그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만심' 또한 무너져내렸다. 내가 얼마나 겉으로만 그들의 고난을 이해하고 있었던가에 대한 절절한 반성도 뒤따랐다. 그랬다. 그들에게 있어 인권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밥을 먹고, 몸을 씻고, 옷을 입는 당연한 일련의 과정 속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타인의 배려 또한 무너지는 자존심과 수치심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나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겨우 목발에 익숙해질 무렵, 아침부터 쏟아지는 늦여름의 빗줄기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선 나는 목발을 짚은 두 손 때문에 우산을 받쳐 쓸 수 없었고, 결국 비를 맞으며 걷을 수밖에 없었으며, 불쑥불쑥 나타나는 미끄러운 바닥에 몇 번이고 휘청거려야만 했다. 겨우 2층에 있는 병원진료실로 가기 위해 기다리는 엘리베이터는 왜 그리도 더디기만 하던지. 그리고 진료를 마친 후 나오려 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굽히거나 디딜 수 없는 왼쪽 다리 덕에 닫을 수 없는 화장실 문은 한없이 야속하기만 했다. 혹여 누구라도 들어올까 부들부들 문고리를 붙잡고 늘어져야만 했던 상황이 서글프기 그지 없었다.

사회복지 실천에서는 당사자의 참여,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강조한다. 인권 또한 그러하다. 사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일들이 아주 많다.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사회복지사 등이 이를 대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끊임없이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우리 사회의 “차별”, 그 발견을 위해 직접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 거기에서 출발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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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회권의 현황과 과제 - 조국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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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과 관련하여 여러 전문가들의 논문을 조국 교수님이 엮은 책입니다.

사회권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과 논의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몇몇 챕터에 대한 리뷰를 공유해봅니다.
인권과 사회복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험이 되시길 바랍니다.

 

[Review] 한국의 사회복지 지표와 사회권 현실(남기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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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법으로 본 한국의 노동과 사회보장(강성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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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회적 기본권의 법적 성격(김복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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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회권 규약의 발전과 국내적 함의(이주영).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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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서울시의 사회권 실천 현황(양호경).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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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은 언제까지 지급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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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의 시즌이다. 우리는 과연 언제 연말정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연말정산에 대해 언제 어떻게 지급하라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몇가지 관련 규정은 있다.

  1. 근로자가 연말정산서류를 회사에 제출 (홈텍스 1월 15일부터 조회 가능)
  2. 3/10까지 회사는 해당 세무서에 원천징수 이행상황신고서와 근로소독지급명세서를 제출
  3. 신청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 완료 (개인이 과소납한 경우의 납부기한도 동일해야할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연말정산 환급금은 늦어도 4월 10일에는 회사에 지급된다. 그리고 회사는 이 돈을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지체없이" 지급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관련하여, 회계담당자가 확인하고, 기안을 작성하고, 시설장의 결재를 받는 시간을 지연의 타당한 사유라고 보았을 때 익일에는 지급될 수 있도록 하고, 최대 3일(주말 등의 사유를 고려했을 때)을 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연말정산 환급금은 늦어도 4월 13일을 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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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와 “지체없이”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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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와 “지체없이”는 어떻게 다를까?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그 의미를 명확히할 필요가 있을 듯하여 검토해보았다.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즉시”는 ‘어떤 일이 행하여지는 바로 그때’를 말하며 “지체”는 “때를 늦추거나 질질 끎”을 의미한다. 이를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법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유의미한데, 이를 법률로써 명시하고 있는 것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이다.

제19조(처리기간의 계산) 민원의 처리기간을 ‘즉시’로 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3근무시간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

위에서 보듯이 즉시란 3근무시간, 즉 3시간이다. 만일 오후 5시에 민원이 접수되었다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처리하는 것이 즉시 처리라고 보면 옳을 듯하다.


한편 지체없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시간을 명시한 바는 없다.

다만 관련하여 법제처(http://www.law.go.kr)에서 살펴본 바, 법령해석례를 보면 다음의 사례가 있다.

행정안전부 -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제1항에 따른 ‘동일한 내용의 민원’과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제1항에 따른 ‘지체없이’의 의미(「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등 관련) [법제처 11-0134, 2011. 6. 16., 행정안전부]


여기서는 법률용어로써 “지체없이”라는 표현을 ‘시간적 즉시성이 강하게 요구되지만 정당하거나 합리적인 이유에 따른 지체는 허용되는 것으로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장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몇 시간 또는 몇 일과 같이 물리적 시간 또는 기간으로 정할 수 없으며, 해당 사무의 처리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장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따라서 즉시라 하면 3시간 이내, 지체없이라고 하면 타당한 사유가 없는 한 가장 빨리라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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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 상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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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 [[楞嚴] 생각 나누기/[權] 사회복지와 인권] - 양심적 병역 거부


앞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설명을 통해 자유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와닿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유권의 확대가 가져올 사회권의 축소와 그 영향에 대해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사회권의 상실이 기존의 사회적 법 테두리가 보장해주던 많은 것들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사회권을 매우 피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맹점을 네이버 웹툰 머니게임 3화는 꼬집습니다. 사회권이 생존권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인간다운 생활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 사회가 오랜 기간을 들여 구축한 기반시설을 마치 공기처럼 누리며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의 상실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운송, 상하수도, 전력인프라 등의 상실이라고 언급해도 그 결핍이 어떤 의미인지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체감할 수 없고, 상상 또한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파가 없으면 당장 휴대통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명도 가전제품도 사용이 불가능하지요. 여기까지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하수도와 배관시설이 없으면 몸을 씻을 수 없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치기는 어렵습니다. 심지어 대소변을 처리할 방법도 없어지고, 나아가 어떤 불법적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섬뜩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유권 보장의 극단은 곧 사회권 상실의 극단과 맞닿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유권적 관점에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자유까지도 양심의 자유적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최소한의 생존권에 대한 보장을 상실한다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의 양날개는 자유권과 사회권입니다. 어느 한쪽 날개만으론 제대로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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