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회복지, 법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복지는 실천학문이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다녔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년을 건너, 사회복지현장에서 사회복지학을 실천하면서 이 짧은 문장을 통해 느끼는 소회는 늘 새롭습니다.

"사회"복지이기에 우리 사회의 합의된 가치의 전제가 중요하다고 믿었다가,
인권을 만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옹호는 사회적 합의라는 표현으로 양보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다시 민주적 가치 속에서 다소 부족하고 더디더라도 한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직면하기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사회복지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실천방법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일관된 가치관을 정립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어느 하나의 가치를 중요시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딜레마를 만나곤 했습니다.

인권과 사회복지 그리고 법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습니다.
국민학교 때 배웠고, 지금도 잊지못하는 한 문장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는 짧은 표현입니다.
인권을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사회복지를 이러한 인권적 가치의 구체적 실현방법으로 보았을 때
사회복지는 법에 근간을 둬야할까요? 도덕에 근거를 두어야할까요?
나아가 인권과 사회복지의 한계는 이런 법적 근거에 한계를 갖는 개념일까요? 아니면 그 한계 너머를 지향하는 것일까요?

법과 제도로 들어갔을 때, 요즘 사회복지 현장이 부딪치는 한계 중 하나가 열거주의입니다. 
열거주의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요.
첫째, (작위의 열거) 법과 제도에 있는 것은 반드시 해라. 
하지만 이것이 법과 제도에 없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둘째, (금지의 열거) 법과 제도에 금지하는 것은 하지마라. 
마찬가지로 법과 제도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율적 판단(재량)에 의한다가 바른 해석일 것입니다.

법의 태생적 속성인 도덕의 최소한, 그리고 인권적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위나 금지의 열거는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열거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곧 사회복지가 인권을 지향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한계의 극복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한다는 것과 다름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사회복지는 짧은 제도적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태생이 
정치, 경제, 종교 등의 전통적 영역의 한계에서 출발한 바 
기존의 개념을 보완하거나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개념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민주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어찌보면 법은 제한하고, 인권은 풀어주고, 민주주의는 통합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법, 인권, 민주주의. 
어쩌면 이 하나하나가 상호 보완하면서 상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놓여있고, 
사회복지는 그 시험무대 같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날 사회복지는 과거 선별주의에서 보편주의로 변모하고 있으며, 많은 시험대를 거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기본소득 등이 예가 될 것입니다.
어찌보면 인권과 사회복지는 본래 한배에서 태어났으나, 
서로를 모른 채 다른 곳에서 자라 나중에서야 다시 만난 형제같다는 느낌입니다.
그 출발선이 같았고,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개념들.
사회복지가 보편적 복지라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가치적 근거를 인권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것이라서가 아니라 같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사회복지는 인권과 달리 늘 한계에 봉착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한계이지 그 학문적 한계나 실천적 한계는 아닐 것입니다.

법과 제도라는 사회적 약속, 그 속에서 인권을 지향하는 사회복지는 
민주주의라는 더디더라도 함께 나아가자는 가치 속에서 가장 조화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인권, 사회복지, 법 그리고 민주주의.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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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 채용면접의 실제

사회복지현장에서는 다양한 형식으로 채용면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엔 이미 법이나 지침에 있는 공개채용의 원칙이 아니라, 현장에서 주로 하는 질문은 어떤 것들이고,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우선은 채용면접 시나리오이다.

면접을 구조화하지 않고 닥쳐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좋은 인재를 뽑는데에도 방해가 된다.

채용면접의 진행 순서(시나리오)

 

한편 면접 평가표가 옛날 방식으로 구성된 경우도 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할 질문들도 있는 바, 신중히 면접문항을 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아래는 새롭게 재편한 우리 복지관의 면접 평가표이다. 

면접 평가표 문항(평정요소) 정리

 

현장과 학생 모두에게 있어 구조화된 면접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 맞춤형 질문들과 사례형 질문들이 보다 풍성해지길 바란다.

 

2019-1128 사회복지시설 채용 면접의 실제.pp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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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2019년 11월 28일 부산가톨릭대학교 노인복지보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모의 채용면접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참고자료>

https://brunch.co.kr/@comento/64
㈜ 코멘토, 2017-04-05, 입사 면접에서 꼭 나오는 질문, 현직자가 예상한 1,200개의 면접 질문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089063
허핑턴포스트 이창연, 2014-04-04, 좋은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최고의 면접 질문 13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채용시 하지 않아야 하는 질문들: 직무수행과 관련없는
- 신체적 특성(키, 체중 등) 또는 외모 관련 질문 
- 출신지역, 재산 정도를 묻는 질문
- 성적 지향, 종교, 정치적 성향에 관한 질문
- 가족(학력, 직업, 재산 등)의 개인정보에 관한 질문
- 혼인 여부, 연인 관계에 관한 질문
- 이전 직장에서의 이직 사유

장연진·정선욱(2008) “사회복지 지원자의 채용면접 인상관리전략에 관한 질적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60(1), p.95

부산시 사회복지법인시설 업무가이드의 개정을 위한 담론2: 중심을 현장으로

논의의 중심을 현장으로 

두번째 이야기는 왜 수많은 논점들에 대해 그 결정을 부산시에 위임하는가이다.
우리는 사회복지전문가로서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스스로 그 전문성을 던져버린 채, 일개 공무원 하나에 4천 현장사회복지사의 생사여탈권을 쥐워주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법에 왜 없는가? 지침에 왜 없는가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것은 그 정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이며, 각기 다른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하고 있는가? 시시콜콜 작은 것 하나하나 내가 해당되는지 마는지를 따져서 묻고, 또 지침을 만들어서 확실히 해달라고 칭얼댄다. 그 결과 부산시 법인·시설지도팀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괴물로 키웠는가? 그들의 손에 우리를 때릴 몽둥이를 쥐어준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망가지고 마는 것은 우리 자신일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업무가이드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없는 분야가 있다. 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성과를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라 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리면서 발생한 문제와 그 과정에서 변해버린 부산시의 작태, 그리고 너무나 무능했던 우리 자신에 대한 분노이다.


지금에라도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더이상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 못한 채 마구잡이로 괴물에게 질문이라는 먹이를 던지는 일을 중단해야한다. 각 직능단체협회는 질문을 취합해 던질 것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에 대해 근거를 갖고 대응하고, 더 상위의 규정에 의거하여 방향성을 잡아가는 일을 해야만 한다.

 

... to be continued 

부산시 사회복지법인시설 업무가이드의 개정을 위한 담론: 사회복지와 法의 열거주의

사회복지와 法의 열거주의 

 

부산시 사회복지법인시설 업무가이드를 2014년부터 매년 발간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애매했던 일부 몇몇 지점들을 명확히 밝히거나, 기존에 제대로 일하고 있지 않던 일부 시설들의 방만한 운영에 제동을 거는데 기여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이 업무가이드 중 보조금과 인사 부분은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그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고자 한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업무가이드를 관통하고 있는 관점이다. 불행히도 이 관점은 매우 부정적이다.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다수는 무지하며, 또한 적폐이다. 많은 법인과 시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관점에 기초한 출발점들은 당연하게도 '정해준 거만 하라'는 방식의 업무가이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을 열거주의라고 하고 있다. '법(지침)에 있는 것만 하라. 그리고 법(지침)에 없는 것은 하지 마라.' 과연 이 관점은 타당한 것인가? 
사회복지는 태생이 기존의 사회시스템이 갖는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시작되었다. 많은 경우 보조금 시설들이 국가로부터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책임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하여 법과 지침에서 정한 것만 해야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사회복지에 대한 천박한 이해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복지는 늘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적 배제의 영역에 직면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열거주의는 해석되어야 함이 옳다. 
'법에 있는 것은 반드시 해라, 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해서는 안된다.' 자구 그대로의 해석에 더해 '법에서 금하는 것이 아니면 해도 처벌받지는 않는다.'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것이 자유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에서 합당한 해석이다. 대신 그에 따르는 책임은 져야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잘못된 전제로 인해 틀린 결론에 도달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열거주의는 다시 다음의 두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우선 해야하는 일의 열거, 즉 부작위의 열거이다. 해야만 하는 일을 열거하고 있다면 이것은 반드시 해야하며, 하지 않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해야하는 일의 목록에 없다면 해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둘째,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의 열거, 즉 작위의 열거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일(금지사항)을 나열하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어겼다면(作爲) 관련 법에 의거하여 처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법에 근거하여야 하며, 임의로 행정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종사자의 호봉 인정과 관련해서 부산시 업무가이드는 인정할 수 있는 직종을 나열하고, 그것만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는 노동법에 근거하여 노사간에 계약에 의해 결정할 부분이지, 보건복지부가 개입할 부분은 아니다. 이러한 내용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부당하게 경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함이요, 다른 하나는 과도한 경력 부풀리기로 보조금의 누수를 막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해 진다. 보건복지부든 부산시든 호봉 인정과 관련하여 반드시 인정해야하는 경력과 반대로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경력만을 열거하면 된다. 그 사이에 있는 많은 경우에 의해서는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계약에 의하도록 위임할 부분이지, 국가나 지자체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그것이 한정된 보조금이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된 보조금지급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후원금이나 자부담을 통해 더 인정하고 싶으면 그것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개소리다. 종사자의 호봉과 경력을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거나 사회복지라는 중차대한 국가 책무의 민간 위임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부산시가 내세우는 근거는 「부산광역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제20조이다.

20(교부 조건시장은 지방보조금의 교부를 결정할 때 보조금액에 대한 상당율의 자체 부담과 법령과 예산에서 정하는 지방보조금의 교부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시장은 지방보조금의 교부를 결정할 때 지방보조사업이 완료된 때에 그 지방보조사업자에게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지방보조금의 교부 목적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이미 교부한 지방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시에 반환하게 하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부산시는 분명 보조금 교부에 조건을 달 수 있다. 하지만 ‘법령과 예산에서 정하는 교부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교부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 조건을 붙일 수는 없다. 즉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급여나 제수당의 지급은 교부 목적에 반하는 조건이 아니므로, 시간외수당의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틀린 조건이 된다.
비영리법인에서 종사자의 인건비는 그들의 노동권과 직결되는 바, 보조금, 사업수입 또는 후원금에서의 급여나 제수당의 지급을 제한할 수 없다. 복지관 등은 법정 수당인 시간외 수당을 보조금에서 지급할 수 없다고 제한하는 사례는 애초에 이는 당연히 가능한 것으로 부산시에게 물어볼 것도, 부산시가 결정해 줄 것도 아닌 부분의 문제이다.

 

 

to be continued

 

우리 사회가 경험하는 노인 인권의 문제와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 찾기

이 원고는 2018년 11월 23일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권 강의에서 자료집에 실은 글입니다.

 

《능엄경(楞嚴經)》을 보면 "見指忘月(견지망월)"이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보라고 하면, 
손가락을 통해서 달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손가락을 보면서 그것을 달이라고 여긴다면, 
달을 놓치게 될 뿐만 아니라 손가락마저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손가락을 달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손가락만 놓친 것이 아니라 밝음과 어두움도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손가락을 달이라고 여겨 밝고 어두운 달의 성질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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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지난 세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망직종으로 그 자리를 놓치지 않는 사회복지사, 그들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언제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또 그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사회복지시설로 자리매김하면서 노인 학대를 비롯한 노인인권 지킴이 역할을 해온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여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환경들은 부단히 변해왔으며, 인권, 특히 노인인권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 노인혐오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노인복지시설에서의 노인학대 또는 노인인권 침해에 대한 기사들이 언론을 통해 노출될 때면, 아직도 저런 시설이 있나 하는 안타까움과 사회의 커다란 집단의식의 흐름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과 종사자분을 만나 얘기를 들어볼 때면, 제대로 된 방향찾기를 위한 우리의 담론이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놓치고 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본 세미나를 통해 그러한 얘기를 나누고, 올바른 기치를 세우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2. 21세기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노인의 삶

과거 유교 문화권에서 효를 중시하는 문화를 비롯해, 농경사회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절대적 빈곤이라는 현실 속에서 가난이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노인의 지위는 그다지 존경의 대상이 아닌 듯합니다. 노동력은 약해졌으며, 경험과 지혜는 인터넷이 대체하고 있고, 급변하는 생활환경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한 채 뒤처지는 존재로 부정적 이미지가 더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뒤쳐진 경험만을 고집하는 모습은 고리타분한 존재로 부각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노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 억울한 상황일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우리 바로 앞에서 현대의 문을 연 어머니·아버지 세대의 인생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고 넓습니다. 전쟁을 경험했고, 농사를 지었으며, 생산현장에서 뛰었고,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며, TV와 휴대통신을 넘어 PC와 인터넷이 보편화 되었고, 지금은 VR, AR 그리고 AI가 보급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수백년을 압축해놓은 듯한 변화 속에서, 그 시작을 연 당사자임에도 그 열린 문을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변화에 채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비난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변화 중 일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고 그래서 공감은커녕 이해조차 어려운 것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러한 극심한 경험의 차이는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와 비교해 다른 판단 기준을 갖게 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텝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 가능했던 기회의 시대이자 절대적 빈곤으로 고통받던 것도 사실인 시대에서 살아남은 노인은 기회의 절벽 속에서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청년층이 쉽게 이해되기 어려울 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것 중의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노인은 청년들을 이해하고 있으며,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 본인의 부모님을 바라보세요. 자신이 요즘 젊은이들보다 많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의 인생이 준 경험으로 혹시나 자신의 생각이 편협하거나 왜곡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은 거시적 관점에선 그다지 많진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소소한 습관처럼 서로서로 수용해야할 것들 뿐이지요. 어찌보면 역으로 청년들이 스스로 경험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과거의 역사를 가벼이 흘려넘기면서 노인에 대한 이해를 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터넷에 보면 노인을 혐오하는 이유에 대해 60여 가지가 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사례들은 도시전설처럼 쉽게 확대되고 퍼져나가지만, 그 사실이 과연 노인을 혐오할만한 이유로 타당한 것인지 그리고 일방적인 노인의 고집인지는 더 살펴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무턱대고 싫다고 차별했을 뿐 왜 그런 생각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돌이켜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볼 때면 청년과 노인의 서로 다른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 노인복지시설과 노인 인권 문제

한편 노인들 중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이들은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빈곤노인, 신체적·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 뿐만 아니라 여가를 보다 풍요롭게 보내고자 하는 노인 등은 「노인복지법」 제31조에 따른 노인복지시설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절대적 빈곤이 만연하던 시절, 뭐라도 주기만 하면 고맙다고 하던 과거와 달리, 서비스의 충분성, 서비스 제공과정에서의 윤리성 등을 강조하는 시대로 변화한 오늘날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인권 침해 현장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사실 예상치 못했다기 보다 미처 그런 것까지 챙기고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인권 옹호자에 가까워야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인권 가해자로 몰려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생활시설에서 제기될 수 있는 노인인권 침해 혹은 노인학대의 사례로 다음과 같은 것들은 이미 많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체위변경을 제때 하지 않아 욕창이 발병하는 경우, 대소변처리에 있어 제때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거나, 이때 언어적 정서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 외에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착취), 방임, 자기방임, 유기 등은 노인학대의 유형으로 명시되어 꼭 지켜야할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보접근권, 서비스 선택권, 계약의 자기결정권 등과 충분한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 알 권리(정보제공), 참여할 권리(목표설정 과정 등 자기결정), 사생활 및 비밀보장, 그리고 인격적 존중을 받을 권리, 학대나 부적절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의 보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또한 노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에 깔리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노인은 수치심이 약한 존재다.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기 때 부끄러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성장하면서 점점 지켜야할 사회적 약속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매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보다 더 오랜 삶을 살아온 노인은 당연히 더 많은 부끄러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은 수치심이 약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하는 부탁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껴 자신의 욕구를 감추고 삭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한다면 한발 앞서 한명의 고귀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노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노인은 이미 청년의 삶을 거쳐온 존재입니다. 지금 하기 어렵더라도 과거에 그것을 할 수 있었으며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도움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려야할 것입니다.
셋째, 노인을 자기결정할 수 없는 존재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은 전 생애를 거쳐 스스로 결정해왔으며, 지금의 삶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스스로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또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당사자에게 묻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자기결정과 참여를 원치 않는다면, 그건 묻는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노인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않습니다. 관찰과 경청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의 범위를 좁히고, 그 속에서 해결가능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상대방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노인 인권문제가 중요한 이유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노인의 삶을 다 이해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경험하는 문제는 분명 지금과는 또 다른 형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슈, 사건, 내용 등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곧 우리의 문제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노인 인권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제에 공감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노인은 평생 그들의 삶이 수많은 변화 속에서 적응해왔던 것처럼, 노인의 인권에 있어서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제1세대가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아이를 대할 때 그들에게 존중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노인 또한 존중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냥 하는 말로써가 아닌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해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는 투자를 할 때가 아닐까합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혐오 등으로 불리며 이분화하는 프레임은 일견 문제를 명확히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인혐오도 그 중 하나입니다. 노인으로 화살을 돌리게 되면 머지 않은 시간 내에 그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노인은 온건하며, 수용적입니다. 또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합니다. 오히려 이런 노인의 좋은 점을 강조하고 그들의 삶에서부터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변화에 대응전략으로 삼는 것이 우리 사회 혐오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이분화 프레임을 극복하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로서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에 대해 감수성을 갖는 것은 사회복지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직접 참여를 권장하는 형태의 권리보장은 노인을 수동적인 수혜자에서 적극적인 이용자로 변모시킬 것입니다. 또한 여타의 노인문제를 다루는 단체들과 비교하여 가장 큰 차별점이 되어 노인복지시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노인 인권 존중의 방향성

노인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들은 이미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첫째,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입니다. 홍보와 사회교육을 지속적으로 해 나감으로써 노인 학대와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필요한 서비스 제공입니다. 노인 학대 및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의 제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상담 및 치료, 보건·의료서비스 등의 타 전문직과의 연계도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노인복지법에는 이미 노인 학대 금지, 신고의무 및 보호조치 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를 보다 실효성이 높은 실천방안이 될 수 있도록 보완·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꼭 하나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당사자의 참여를 통한 결정입니다. 노인의 인권 문제는 노인만이 경험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도 노인이 가장 잘 제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노인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노인이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여러분은 노인 인권을 지키는 최일선에 있는 지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존경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인의 인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더 노력하라는 말이 일견 부담으로 들릴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역으로 인권을 침해 당하는 힘든 현실을 경험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노인이 스스로의 인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십시오. 또한 세대 갈등을 넘어 노인을 자신의 미래로 투영하는 사회적 투자로 존중하는 노력에 다른 누구보다 민감한 우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여러분들이 앞장 서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경험하는 노인 인권의 문제와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 찾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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