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과 무(無), 0과 n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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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 있다. 0, ○(공), 無 그리고 null 등 이들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단 우리는 숫자 0을 영(零)과 공(空)으로 읽는다. 하지만 원칙은 ‘영’으로 읽는 것이 맞다. 굳이 구분하자면 공은 ○과 같은 기호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무(無)와는 조금 다르다. 불교에서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 말한다. 있는 것(色)이 어떻게 없는 것(空)이 될 수 있을까라는 오묘한 철학적 논쟁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그 표현만 가져와보자. 있는 것이 없어졌다면 그것은 없는 것(無)인가 없어진 것(空)인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애초에 없는 것을 무(無)라 하고, 없어진 것을 공(空)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개념은 신기하게도 프로그래밍에서도 등장한다. 바로 null과 0이다. 예를 들어 종이에 0이라는 숫자 하나를 썼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숫자 0이 있는 것이다. 반면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빈 종이를 null이라 할 수 있다.
즉, 무(無)는 null에, 영(零) 또는 공(空)은 0에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null hypothesis는 표현 그대로라면 귀무(歸無)가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차이가 없다는 말이 null이라는 뜻은 아니니 영(零)가설이 더 타당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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