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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AI 리더십
AI는 만들고, 리더는 판단한다
사회복지시설의 DX·AX를 이끄는 리더십
들어가며
◆ “우리도 AX 하고 싶은데, 누구 시키면 될까요?”
사회복지 현장에서 DX, AX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우리 복지관(시설)도 하고 싶긴한데, 누구한테 시키면 좋을까요?”
저는 이 질문 자체가 DX와 AX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린 새로운 사업 하나가 생기면 담당자를 정합니다. 그래서 DX나 AX도 새로운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누구에게 시킬까?”부터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남들이 하는 걸 보니 좋아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잘 떠오르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보니 누군가 잘하는 사람이 차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그런데 DX·AX를 이야기하면서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시설장은 오랫동안 조직에서 판단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해오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기술을 만났을 때“나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외려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과 사회복지의 언어로 빨리 전환하면서 “아, 그건 결국 이런 거네.”라고 이른 결론을 내리려합니다.
그 설명이 반드시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순간 새로운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기존의 틀 안에 넣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모른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모르는 상태에 머물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하나의 문턱을 넘고나면 대상을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보게되는 개념을 “문턱개념(Threshold Concept)”라고 부릅니다. 한번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간단해 보이지만, 그전에는 기존의 사고방식 자체가 이해를 막기도 합니다.
“DX·AX를 시작하려면 기술의 문턱보다 먼저 생각의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DX·AX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전자결재를 도입하면서도 종이결재 방식으로 생각하고, AI를 도입하면서도 기존 업무에 도구 하나를 더 얹는 식이라면 기술은 달라져도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DX·AX는 새로운 기술을 하나 더 얹는 일이 아니라,기술을 계기로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DX·AX를 특정 직원에게 맡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설장이 모든 기술을 직접 이해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판단의 책임은 놓지 않는 것입니다.
DX·AX의 출발점은 리더 그리고 그의 결정이어야 합니다.
▪ 우리 조직은 왜 바뀌어야 하는가?
▪ 무엇을 바꿀 것인가?
▪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그만둘 것인가?
▪ 기술과 현실이 충돌하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 그리고 이 변화가 결국 누구를 향하게 할 것인가?
저는 이것이 AI 시대 변화를 원하는 사회복지실천 현장에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Ⅰ. 방향을 정하는 리더
◆ “우리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
1.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AI로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DX·AX를 했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AI가 완벽히 대신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망치를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배웠다고 모든 문제를 AI로 해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이브 코딩을 배웠다고 프로그램부터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DX·AX의 출발점은 Technology가 아니라 Problem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상담을 한 번 했는데 같은 내용을 상담일지, 사례회의 자료, 실적보고서에 반복해서 입력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그때 물어야 합니다.
“왜 우리는 같은 정보를 세 번 입력하고 있는가?”
기술은 그 다음입니다.
자료를 한 번만 입력하고 필요한 문서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는지, AI가 상담기록을 정리하고 사람이 확인하도록 할 수 있는지, 기존 서식 자체를 줄일 수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가 먼저입니다.
2. 전자결재를 도입했는데 “출력은 어떻게 하죠?”
또 하나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그럼 출력은 어떻게 하나요?”
아무래도 지도점검이나 감사 준비를 생각하면 출력해서 편철해 두는 것이 익숙한 까닭입니다. 물론 본인이 확인하기에도 모니터보다 종이문서가 익숙한 것도 한몫합니다. 그런데 전자결재를 도입하면서도 종이로 출력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입력하면서 기존 엑셀에도 다시 입력하고, AI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기존 보고서도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면, 도대체 왜 하는 걸까요? 오히려 직원의 일만 늘어납니다.
이것은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하나 더 얹는 것은 혁신이 아닙니다. 기존의 일을 하나 없앨 수 있어야 혁신입니다.
물론 법령이나 지침 때문에 반드시 종이 원본을 보관해야 하는 문서가 있다면 예외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시스템 안에서 결재가 끝났고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불안하다는 이유로 출력물을 다시 보관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왜 우리는 굳이 이것을 출력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일은 그만둘 수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3. 그래서 DX에는 ‘그만두는 결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직원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업무를 없애는 것은 직원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것을 우리 기관의 공식적인 업무방식으로 인정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DX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을 새로 시작했는가?”보다 “무엇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게 했는가?”
전환 연구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혁신(Innovation)과 함께, 기존의 기술이나 관행을 의도적으로 종료하는 엑스노베이션(Exnovation)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전자결재를 도입하는 것이 혁신이라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종이결재와 중복기록을 끝내는 것은 엑스노베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DX의 리더에게는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뿐 아니라 무엇을 끝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Ⅱ. 판단하고 책임지는 리더
◆ “기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다.”
1. 지도와 실제 길은 다르다
지도에는 길이 반듯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공사 중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로 통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와 현실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습니다. 좋은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틈)가 있다는 이유로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할까요? DX·AX 리더십은 그 틈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결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2. GPS는 오차가 있는데 어떻게 합니까?
GPS를 이용한 출퇴근 시스템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NFC를 태그만 하면 자동으로 출근·퇴근이 기록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이 계산됩니다. 담당자의 업무 강도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GPS에는 오차가 있습니다. 해서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하면 인식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 집에 정확히 도달하지 않아도 출근 버튼을 눌러 근태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오차가 있으니 못 씁니다.”또는 “새 기술이니까 그냥 씁시다.”
하지만 둘 다 좋은 리더십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리더는 결정해야 합니다.
▪ 어느 정도 오차까지 허용할 것인가?
▪ 어떤 경우에는 별도의 확인 절차를 둘 것인가?
▪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조직의 규칙과 사람의 판단으로 메우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 업무와 조직을 하나의 체계로 함께 보는 사회기술적 관점(Socio-technical Perspective)과 연결됩니다.
3. “그런데 지침하고 조금 다른데요. 누가 책임지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면 기존 지침이 새로운 기술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집니까?”
당연히 위험을 검토해야 합니다. 법령이나 강행규정을 임의로 어겨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리더가 책임지고 결정하지 않으면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기술을 도입하라고 해놓고, “혹시 모르니까 기존 것도 다 하세요.”라고 하면 리더는 안전해집니다. 하지만 리더가 책임을 피하면, 직원이 중복업무로 그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책임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화 연구에는 도덕적 충격흡수대(Moral Crumple Zon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충격흡수대가 사고 때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듯, 복잡한 자동화 시스템에서 실제 설계나 통제 권한은 다른 곳에 있는데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외부 업체가 만들고 기관이 도입했는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일선 사회복지사가 “왜 그렇게 판단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AX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누가 판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은 어디에 둘 것인지를 미리 정해야합니다.
권한은 위에 있고 책임만 현장에 내려가는 구조에서는 좋은 AX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사전에 경계를 정해야 합니다.
▪ 이 정도 위험까지는 허용한다.
▪ 이 범위에서는 현장이 판단할 수 있다.
▪ 이 경우에는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일선 담당자에게만 돌리지 않는다.
▪ 그리고 이 방식을 우리 기관의 공식적인 업무방식으로 인정한다.
4. “전자결재하면 기안이 늦어질 때는 어떻게 합니까?”
이 역시 시스템이 해결해줄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정해야할 문제입니다.
“긴급한 경우에는 이렇게 처리하고 사후에 이렇게 기록한다.”
시스템의 모든 예외상황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외를 처리할 조직의 원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서 리더의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기술이 우리 조직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드는 것까지가 리더의 일입니다.
안전과 조직 연구에서는 계획된 업무(Work-as-Imagined)와 실제로 수행되는 업무(Work-as-Done)를 구분합니다.
규정과 매뉴얼에는 일이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긴급상황, 결재자의 부재, 이용자의 돌발상황처럼 예상하지 못한 조건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DX는 종이 위의 업무를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5. 종이 기록은 정말 더 믿을 만한가?
근태관리대장에 직원의 외근 기록이 수기로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록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고, 그전에 조직을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종이 기록일 때는 묻지 않다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 갑자기 묻습니다.
“GPS를 조작하면 어떻게 합니까?”
검증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뀌었다고 인간에 대한 신뢰의 원칙까지 바뀔 필요는 없습니다.
▪ 무엇을 신뢰할 것인지
▪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
▪ 무엇을 반드시 통제할 것인지
리더가 해야 하는 것은 감시가 아니라, 경계를 정하는 것입니다.
6. FDE가 있다면, FDL도 필요하다
최근 AI 산업에서는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현장으로 찾아가는 엔지니어입니다. 기술을 만들어놓고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에 배치되어 시설이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적용하고, 다시 고칩니다. OpenAI도 FDE를 고객과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시제품부터 실제 운영 단계까지 기술 적용을 책임지는 역할로 설명합니다.
지금은 바이브 코딩을 하는 현장의 사회복지사가 이런 역할까지 맡아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AX의 미래는 FDE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FDE가 현장에 배치되는 것만으로 조직이 바뀔 수 있을까요? 한걸음 나아가 결정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FDE의 연장선에서 사회복지시설의 리더는 FDL(Forward Deployed Leader)로서 역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FDL(Forward Deployed Leader)은 기술과 현장 사이의 불확실성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책임지며 조직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입니다.
FDE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기존 시스템을 끝내는 결정은 리더가 해야 합니다. 현장에 적용할 범위와 예외처리의 기준도 리더가 정해야 합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과 판단하는 사람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조직의 변화가 가능합니다.
Ⅲ. 사람과 조직을 성장시키는 리더
◆ AI가 답을 대신하는 조직이 아니라, 더 잘 생각하는 조직
사람과 조직을 성장시키려면 리더 자신도 학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서 질문하고, 필요한 만큼 이해한 뒤 판단하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직원을 대할 때도 필요합니다.
1. “줘봐. 그냥 내가 할게.”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봅니다. 잘 안 됩니다. 오류도 납니다. 더디기만 하고, 뻔히 문제상황이 예측되는데도 담당자는 기어이 그걸 해보겠다고 합니다. 시설장이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줘봐. 그냥 내가 할게.”
그러면 당장의 문제는 빨리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직원은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에게 신발 끈 묶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습니다. 답답하다고 부모가 계속 대신 묶어주면 아침 준비는 빨라집니다. 그러나 아이는 계속 신발 끈을 묶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AX 리더에게는 기다리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실패를 허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정보나 이용자 안전과 관련된 영역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전한 영역에서는 시행착오가 가능해야 합니다.
오늘의 작은 비효율을 견뎌야 내일의 조직역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를 함께 견디는 능력입니다. 내가 모르는 상태를 견디는 것, 그리고 직원이 아직 잘하지 못하는 상태를 견디는 것입니다.
2. 하지만 생각하는 것까지 대신해줘서는 안 된다
한편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컴퓨터 강의실의 허브가 고장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컴퓨터 강좌가 있습니다. 담당자가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봤더니 새 허브는 화요일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관장에게 묻습니다.
“월요일 강좌를 휴강할까요?”
그런데 근처 전자상가에서 사올 수도 있지 않나요? 다른 부서의 장비를 임시로 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 정답이냐가 아닙니다. 중간에 한 가지 질문이 빠졌습니다.
“월요일 수업을 정상적으로 하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인터넷 쇼핑몰에 ‘화요일 배송’이라고 표시된 것은 화요일까지 물품을 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찾지 못한다고 목적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AI 시대에는 이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AI가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도구가 제시하는 선택지의 끝이 인간의 선택지의 끝은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직원의 문제를 모두 대신 해결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버려두지도 않습니다. 실패할 기회는 주되, 생각할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는 않습니다. AX가 필요한 이유는 AI가 조직 대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AI를 활용하여 조직 전체가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3. 모든 사회복지사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바이브코딩으로 사회복지사도 작은 시스템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복지사가 코딩을 배워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는 FDE와 같은 기술 전문가가 현장에 배치되어 사회복지사와 함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일반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 우리가 해결하는 문제는 정확한가?
▪ 누구의 관점이 빠져 있는가?
▪ 이 기술이 현장에 들어오면 이용자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편리함과 효율성 뒤에 새로운 불편이나 위험은 없는가?
▪ 기술을 도입한 뒤 무엇으로 그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
기술을 만드는 방법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좋은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복지 현장의 “문제(Vibe)”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회복지사가 기술의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기술의 생산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AI Literacy에서 Production Literacy로
미국 미시간대학교 사회사업대학의 유나리 교수 등은 기존 AI Literacy를 넘어 Production Literacy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기존 AI Literacy가 다른 사람이 만든 AI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이라면, Production Literacy는 기술의 목적·설계·선정·평가와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역량으로 범위를 확장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질문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AI Literacy ---------------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Production Literacy ---- “어떤 기술이 만들어져야 하는가?”
사회복지사가 개발자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복지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욕구사정, 문제정의, 개인-환경 관점, 집단 촉진, 프로그램 평가 등의 역량은 기술 개발의 제품탐색(Product Discovery), 문제정의(Problem Definition), 현장 맥락 탐구(Contextual Inquiry), 공동설계(Co-design), 제품평가(Product Evaluation)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기술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누구의 목소리가 빠져 있는지, 잘못된 기술이 이용자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5. 키오스크를 못 쓰는 사람이 문제인가?
여기에서 사회복지의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어르신 한 분이 메뉴를 찾느라 시간이 걸립니다.
→ 뒤에 줄이 길어집니다.
→ 사람들이 한숨을 쉽니다.
기술은 효율성을 높였지만 한 사람을 어느 순간 ‘느린 사람’, ‘기술을 못 쓰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아가 다음을 물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키오스크를 못 쓰는 사람이 문제인가, 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은 기술이 문제인가?”
좋은 기술은 매뉴얼이 없어도 어느 정도 사용법을 추론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에서 좋은 기술은 사용하기 쉬운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실수해도 쉽게 돌아갈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해도 부끄럽지 않고,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와 참여적 설계(Participatory Design)에서는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권한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앞서 유나리 교수 등은 이를 사회복지의 Person-in-Environment 관점 및 참여적 실천과 연결합니다.
사회복지사는 기술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우리 이용자는 여기서 멈춥니다.”
▪ “글씨만 크게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불안해서 사용을 포기합니다.”
이것이 AI 시대 사회복지사의 또 다른 전문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직원이 그런 목소리를 기술의 생산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낼 수 있도록 권한과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나오며
◆ AX의 출발점은 리더의 결정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AI로 무엇을 할까?”보다 먼저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그만둘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둘째, 판단하고 책임해야 합니다.
기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누가 판단하며 그 판단에 누가 책임질 것인지 정하는 것입니다.
셋째, 사람과 조직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AI가 대신 생각하는 조직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면서도 더 잘 판단하고 더 잘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리더의 태도가 있습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과 “나는 모르니 네가 알아서 해”라는 회피 사이에서,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판단의 책임은 놓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면 AX의 첫 번째 전환은 시스템보다 리더 자신에게서 먼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기술의 문턱보다 먼저 생각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생각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은 리더가 모든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과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다릅니다.
FDE가 기술을 현장으로 가져온다면, 사회복지사는 사람의 삶과 현장의 문제를 기술 안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고 리더는 그 둘이 만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고, 판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AI로 어떤 조직과 어떤 복지를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AX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일이 아닙니다.
AX는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가 판단하며,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를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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