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 27일(수) 15:25, 동서대 민석도서관 6층에서 있었던 산학협력 워크샵에서 토론문으로 작성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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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학교 “산학협의회의 효과적인 대학생 자원봉사 활용방안” 워크숍 토론문
자원봉사 코디네이팅이 필요하다.
사회복지현장에서 대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한가지 부정적 시각은 ‘요즘 애들 참 버릇없다.’입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한 귀퉁이에 쓰여있었다던 수세기를 넘는 화두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아직은 어린 성인을 대하는 안타까움입니다.
굳이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원봉사를 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낯선 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실천현장에서 소위 대학생이라는 이들의 방문에 거는 기대는 사뭇 높게 설정되어 있기에 일반 자원봉사자와는 다른 잣대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고, 그래서 그들의 실수나 부족함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전화 한통 받아보면 그들의 목적, 의도, 수준 등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의 문제이지요. 순수하게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는 봉사자의 태도와 학교 과제, 학점 등의 목적을 갖고 참여하는 이들의 근본 자세가 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물론 분명히 교수님께서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라고 하실 때, 기관을 방문할 때 주의사항과 요령을 충분히 말씀해주셨을 겁니다. 또한 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적극성도 말씀해주셨겠지요?
뜬금없이 “○명인데, 자원봉사활동 할 거 있어요?”라고 전화를 받으면 100%입니다. 청소년의 방학 자원봉사가 아니면 대학생의 과제로서의 자원봉사활동입니다.
무턱대고 몇 명이 기관을 찾아와서는 “자원봉사활동 할 수 있어요?”라고 묻습니다. 사회복지사의 귀찮은 표정과 그들의 실망스런 표정이 오버랩됩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수많은 사회복지기관을 전화하고 또 방문하면서 거절당했던 경험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테니까요. 하지만 과연 그 과정들이 정말로 실패와 실망,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는 과정의 경험에 불과했을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죄송하지만 그들은, 모 광고의 카피처럼, “자원봉사/사회복지를 글로 배웠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하나의 성공을 위해 거쳐야 하는 수많은 실패라는 과정의 아주 작은 일부나마 맛볼 기회를 가졌던 겁니다. 과정을 실패라는 이름으로 싸구려 취급하지 마세요.
객관적 자료를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경험상 제대로 된 대학생의 자원봉사활동의 시작은 사회복지현장실습 이후라고 합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 몰라서가 대부분입니다.
과제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의 경우 상당수는 원치 않는 자원봉사를 어쩔 수 없이 지속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단추가 잘못 끼워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그 단추를 다시 끼울 기회를 갖지 못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사회복지는 실천학문입니다. 자원봉사도 실천이지요. 그들이 글로써 자원봉사를 배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코디네이팅이 필요합니다. 자원봉사의 목적, 원칙, 동기, 역할, 가치, 관리 등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그걸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이에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람의 한명으로서, 대학생과 대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발성을 회복하라. 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라.
그들의 자발적 자원봉사활동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불어 제대로 된 수요처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에 대학의 주요한 역할은 바로 이러한 순수한 의지들을 모아 적절한 곳에 연계해주고, 또한 그들의 활동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제대로 된 자원봉사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코디네이팅이라 생각합니다. 성인의 초입에 있는 대학생은 우리의 생각보다 성숙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자원봉사활동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많은 사전단계를 코디해주십시오.
자원봉사론에서 봉사활동의 참여를 강조하고(때론 강제하고), 보고서를 받고, 평가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자원봉사에 대한 욕구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또한 적절한(원하는) 된 수요처를 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상담하고, 활동 중에 벌어지는 고민들을 들어주고, 변화와 발전이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사회복지현장에서의 자원봉사자 관리를 대학으로 미루고자 함이 아니라 그들이 첫단추를 꿰기까지의 제대로 코디네이팅이 절실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둘째, 지속성을 지켜라.
자원봉사활동을 무한히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 대학생이라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고 그로인한 자연스러운 중단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서비스의 중단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원봉사활동의 중단은 자원봉사자로 향해있던 클라이언트에게 있어 관계망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때, 다른 친구나 후배들에게 함으로써 인수인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자원봉사자인 대학생 당사자와 더불어 대학에서 일정수준 관리해 줄 수 있다면?
자원봉사를 관리함에 있어 새로운 수요처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존의 수요처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도 중요합니다. 이 또한 코디네이팅이겠지요.
셋째, 무보수성으로 돌아가라.
자원봉사활동에 있어 인정과 보상이 중요한 것은 지속성의 확보에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동기가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입니다. 동기의 부여를 위한 인센트브가 부정적이라 보지는 않지만, 그것이 보수성(댓가)을 띌 때 자원봉사의 본질을 흐리게 만듭니다. 보수가 없으면 더 이상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오늘날 우리가 상당부분 자리를 빼앗겨버린 사회서비스와 뭐가 다를까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려는 청소년이 전화해서 물어봅니다. “1시간 활동하면 몇 시간 끊어줘요?” 섬뜩하기만 합니다. 이것이 대학생이라고 다를까요?
때문에 자원봉사의 보수는 비물질적이고 비보수적이어야만 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생의 학점인증제도와 같은 직접적 보상체계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물론 ‘그거라도 해야 자원봉사를 하지’라는 의견도 잘 알고 있기에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대신 대학에서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목적이 되지 않을 다른 형태의 인정과 사후 보상체계를 만들어주세요.
한편,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사회복지실천현장은 다양한 자원봉사 수요처를 개발하고 기획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직접적인 대면 서비스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렸고, 그로 인해 무급의 자원봉사활동이 설 자리를 빼앗겨 버렸습니다. 직장체험활동과 국가근로장학생제도의 등장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시설이 ‘더 이상 자원봉사 수요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좋은 프로그램은 자발적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대학에 요구했던 것이 사전단계의 코디네이팅에 중점을 두었다, 활동 참여 이후의 관리는 바로 실천현장의 몫일 겁니다. 그들의 욕구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겠지요.
산학협의회는 바로 이런 대학과 실천현장의 역할을 나누고 협의하는 자리입니다. 앞서 제안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이를 통한 좋은 프로그램의 개발이 전제된다면, 효과적인 활용이 아니라 풍성해진 자원봉사 공급과 수요의 조화를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이미 모두 배웠습니다. 본질에 충실하고,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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