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반응형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자살 사건이 사회복지계에서는 여전히 이슈이며, 지자체에서도 각종 대응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비롯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을 연일 확인할 수 있다.

 

사회복지계에 핫이슈로 떠오른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과 시간을 되돌려보았다.

 

용인, 성남에 이어 울산에서도 사회복전담공무원의 자살사건이 연일 터졌을 때, 안타까운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은 ‘그만 두면되지 왜 자살하냐?’, ‘사회복지사만 응시할 수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제한경쟁 속에서 쉽게 공무원 되어놓고 뭐가 힘들다고 그러느냐? 힘들지 모르고 선택한거냐?’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20여일이 지난 지금, 수많은 사회복지사들로 추정(?)되는 이들로 인해 도배되다시피한 댓글들에는 추모와 옹호의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이슈를 알고도 개인적 생각을 조심했던 것은, 이러한 자살에 이를 정도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라는 자리가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며 이직을 통해 가고 싶은 곳이라는 사실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조차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사회복지사조차 공감못했는데, 일반 시민들에게야 오죽했을까?

 

이제 잠시의 시간이 지나, 굳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한 안타까운 사회복지사와 민관을 공히 아울러 사회복지 현장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명의 사회복지사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나가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사회복지전문공무원이다.
앞서 시민과 민간 사회복지사의 의견을 전하면서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은 사회복지업무를 일반 행정업무 즉 행정직과 직접 비교하여 업무가 많다고 처우는 열악하다는 식의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공무원 채용과정에서도 달랐고,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입사를 했을터인데, 차별을 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논해야할 부분은 사회복지업무가 갖는 전문성에 대한 인정이며, 행정직과 차별성을 갖는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적절한 대우와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행정직도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인서비스가 갖는 어려움에 대해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관련업무를 맡는 것을 기피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말이 사회복지업무는 허드렛일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에 집중해야한다.

 

소위 깔때기 현상이라 불리며, 사회복지통합관리망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업무는 모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라한다. 넓게보면 이 세상에 사회복지 아닌게 무엇이냐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이니, 전문업무 영역의 애매모호함은 현장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에게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업무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상급자로부터 제대로된 슈퍼비전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며, 이러한 공공영역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업무는 점점 늘어가고, 사회복지사로서의 개인적 신념의 한계를 넘어선 업무과다는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아니라 사회복지전문공무원으로의 대내외적 인정이다.

 

둘째, 사회복지업무의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
김해시는 4월 10일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15개 방안을 밝혔는데, 그 중 하나로 가스총과 전기충격기 등 호신장구의 지급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한편 소셜워커 2013년 3,4월호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뢰받아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진행한 클라이언트 폭력 피해 및 안전방안 연구결과가 실려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폭력경험은 전체 응답자의 95.0%에 이르며, 그 중 언어적 폭력 91.4%, 신체적 공격이나 죽음에 대한 협박은 61.1%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 6.3%는 수시로 당하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그 내용은 침뱉기, 뺨때리기, 밀기, 멱살잡기, 할퀴기 등 경미한 폭력에서부터 주먹이나 발로 때리기, 칼 또는 몽둥이 등 도구를 이용한 위협에 성적 폭력과 스토킹, 기물파손, 소송, 업무방해까지 그 유형은 매우 다양하며 심각했다. 심지어 강간 및 강간시도의 경험도 1.4%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65.2%가 직접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그 중 언어적 폭력이 53.6%, 신체적 폭력은 19.4%로 나타났다. 이러한 클라이언트 폭력으로 인해 사회복지사는 심리사회적, 신체적, 재산상의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선택한 이 일에서 보람을 찾고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일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적이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고 탓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클라이언트의 폭력에 대해 기관의 대응 또는 사후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69.5%를 차지했으며, 구두경고 26.4%에 그쳐 피해에 비해 대응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회복지사와 기관 자신은 이러한 클라이언트도 우리가 끝까지 안고가야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사회복지사들은 그들이 보다 더 클라이언트를 위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을 바랄 뿐이다. 클라이언트의 선의와 변화 가능성을 믿기에, 일부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력들을 애써 잊고 덮고 무던히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복지사이기에, 최소한의 안전을 바라는 것이 과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통계가 이미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결국은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확대가 곧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날 어려움이 있을 때면 사회복지사를 찾는다는 것은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아직 이를 전문영역으로 인정하는데에는 많이 인색한 듯하다. 정작 본인이 쉽게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업무를 고유의 전문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인정과 적절한 처우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이러한 인식이 보다 널리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한편 클라이언트 또한 변해야할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권리라는 의식은 상당히 높아진 반면, 일부 클라이언트 중에는 그를 표현함에 있어 폭력이 범죄임과 그에 따르는 책임이 수반되어야 함을 아직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일부 클라이언트는 가장 수준낮은 방식의 폭력과 큰소리로 우겨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려하는 것일테다.

 

지금껏 사회복지사는 국민을, 클라이언트를 인정하고 대변해주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기반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국민을 위해 클라이언트를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애써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거짓이 없다면, 이제는 역으로 국민이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사회복지사를 인정해줄 때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_안타까운_죽음을_보며_v1.0.1.hwp

(오타수정 2013. 5. 22)

 

 

 

반응형